값 오른 시멘트, 중국산이 대안? 정부와 업계의 갈등

시멘트 톤당 가격 추이를 표현한 그래프
시멘트 톤당 가격 추이


 최근 한국 시멘트 업계와 중국 시멘트 업계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한국 시멘트 협회에 중국 시멘트 기업들이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정부가 정말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과 함께, "한국 시멘트 회사들을 인수할 의향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는 거죠.

이 배경에는 한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이 있습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시멘트를 수입하는 경우,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해외에서 시멘트를 수입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품질 문제와 운반 비용이었는데, 시멘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제는 해외 수입도 고려할 만한 대안이 된 거죠.

시멘트 가격의 급등과 그 배경

시멘트 가격이 얼마나 올랐냐고요? 최근 4년 동안 무려 50% 가까이 올랐습니다. 2020년에는 톤당 7만 원이던 시멘트 가격이 올해는 11만 원을 넘었죠. 그런데 재미있는 건, 시멘트의 주요 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같은 기간에 60% 이상 떨어졌다는 사실이에요. 시멘트는 석탄을 태워 생산하는데, 원료 값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가격은 오히려 급등한 겁니다.

건설업계는 원료 값이 떨어졌으니 시멘트 가격도 내려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지만, 시멘트 업계는 "환경 규제에 따른 설비 투자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에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시멘트 가격은 톤당 15만 원 정도로 거래되기 때문에, 국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죠.

정부의 시멘트 수입 지원과 그 파장

정부는 시멘트 가격이 이렇게 높은 이유를 과점 체제에서 찾았습니다. 한국 시멘트 시장은 약 10개 기업이 있는데, 이 중 5개 기업이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어요. 정부는 이 독점 구조를 깨고자 시멘트 수입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중국산 시멘트는 톤당 약 9만 원에서 9만 5천 원 정도로, 한국 시멘트보다 싸죠. 이로 인해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시멘트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산 시멘트에 대한 품질 우려도 큽니다. 얼마 전 중국산 배추 수입 때 품질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중국산 시멘트 역시 품질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국민적인 거부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만약 한국이 중국산 시멘트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중국이 가격을 올리거나 수출을 제한할 위험도 존재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는 중국산 시멘트에 의존하게 되고, 어느 날 중국이 공급을 중단하면 건설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시멘트 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대응

정부가 시멘트 수입을 지원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올해 상반기에 국내 시멘트 업계가 기록한 어닝 서프라이즈(예상 밖의 높은 실적)입니다. 시멘트 가격이 올라서 일시적으로 좋은 실적을 거둔 건데, 정부는 시멘트 가격이 내려갈 조짐이 없자 수입 지원을 통해 경쟁을 촉발하려는 것이죠.

하지만 시멘트 업계는 이 실적이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며, 앞으로 건설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문제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착공이 어려운 상황이라, 시멘트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당분간은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장기적인 시멘트 수요와 전망

장기적으로 보면, 시멘트 수요는 여전히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에는 6.25 전쟁 이후 지어진 건물들이 많고, 이 건물들은 재건축이 필요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멘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건설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커서, 시멘트 업계도 큰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습니다.

현재 정부의 정책과 업계의 대응은 앞으로 몇 년간의 시멘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 품질 문제, 그리고 국내 시멘트 업체들의 생존 여부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시멘트 수입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이로 인해 국내 건설 시장과 시멘트 업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멘트 가격이 공사비에 미치는 영향

시멘트가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 불과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마진을 생각할 때 이 가격 차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분양가에서는 약 0.2%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건설업체는 시멘트 가격이 낮아질 경우 전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산 시멘트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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