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식 보상 제도의 양면성 - 경영 승계와 제도적 허점

 

총수일가 지분율 연도별 그래프와 RSU 지급 약정 맺은 기업 집단 모음
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의 주식 보상 약속, 긍정과 부정의 양면

최근 대기업들이 총수나 친족 임원들에게 일정 조건부로 주식을 주기로 약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열심히 일한 결과에 대한 보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취지로 보이지만,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4월부터 대규모 기업집단, 즉 자산 5조 원 이상 보유한 기업들이 1년에 한 번씩 주식 지급 거래 약정 현황을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총수일가 지분 확대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첫 공시 결과: 성과보상 명목의 주식 지급 현황

24년 9월 1일 처음으로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88개의 대기업 집단 중 17곳이 총수 친족 임원에게 성과보상 명목으로 주식을 주기로 했습니다. 포스코, 현대차, SK, 한화, 신세계, KT, 카카오, 두산, 네이버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들이 지급하는 주식 중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받는 RSU(양도제한 조건부 주식)가 전체의 40% 정도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한, 단기 성과급을 주식으로 주는 스톡 그랜트나, 연봉의 일정 비율을 주식으로 준 다음 성과 목표에 연동해 최종 지급액을 정하는 성과 조건부 주식(PSU)도 주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별 주식 지급 조건의 차이

그렇다면 어느 기업이 가장 많이 주식을 지급했을까요? SK가 230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두산과 에코프로가 각각 30건을 기록했습니다. 기업마다 주식을 지급하는 조건이 조금씩 다른데, SK는 기업 공개나 주가 상승 시 주겠다고 했고, 한화는 10년 동안 중대한 손실이나 책임이 발생하지 않으면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신세계와 카카오는 일정 기간 재직하면 주식을 옵션으로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RSU와 스톡 옵션의 차이

과거에는 주식 기반 보상제도 중 스톡 옵션이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스톡 옵션은 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RSU입니다. RSU는 주식을 무상으로 받는 것이며,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손실이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재정적 보상을 약속하는 제도입니다.

대주주의 지분 확대와 경영 승계 우려

스톡 옵션은 대주주에게 10% 이내로 제한되지만, RSU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습니다. 이로 인해 총수일가가 RSU를 통해 경영 승계를 위한 지분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화 그룹의 김승현 회장의 첫째 아들 김동관 부회장이 10년 뒤 33만 주의 RSU를 받기로 했습니다. 이게 누적되면 유의미한 지분율로 확대될 수 있어, 경영 승계와 관련된 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주주와 RSU의 법적 규제 논의

현재 RSU는 대주주에게 제한 없이 지급될 수 있지만, 이는 편법적인 경영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주주에게 RSU 지급을 금지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해 RSU 제도를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미국의 경우, S&P 500 소속 기업들은 대주주가 RSU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해외 제도를 도입할 때, 좋은 부분만 선택적으로 도입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규제와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대주주나 총수 일가에게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법안 통과와 기업들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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