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마저 조인다, 가계부채 폭증에 모순된 정부의 칼날

 

한국의 가계부채 추이를 표로 작성했다.
자료 : 한국은행

 최근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신용대출까지 조이겠다고 경고한 이유가 뭔지 알아볼까요? 사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정부가 이번 달에 반드시 가계부채를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거죠. 이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조여왔는데, 이게 잘 안 먹히니까 이제는 신용대출까지 규제하겠다는 겁니다. 만약 이마저도 효과가 없으면, 카드론 같은 고금리 대출까지도 손보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에요.

사실 수도권에서 집을 사는 사람들은 주담대만으로는 부족하잖아요. 주담대를 받은 뒤에 신용대출을 더 받아야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정부가 이제는 신용대출의 한도도 줄이겠다는 건데요. 보통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의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설정해 왔습니다. 그런데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연소득이 약 6천만 원 정도라고 해요. 그럼 신용대출 한도가 9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나오는 상황이죠. 이제 정부는 이 한도를 6천만 원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실 이번 조치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한 번 있었습니다. 당시 집값이 급등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현상이 심해지자, 정부가 신용대출을 연소득 기준으로 묶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에서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가계부채 증가를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거죠.

가계부채의 증가, 어디까지가 허용 범위일까?

정부가 마치 체중을 관리하듯, 가계부채의 증가에도 허용 범위를 두고 있습니다. 즉, 한 달에 일정 금액까지는 증가를 허용하지만, 그 이상 늘어나면 문제가 된다는 거죠.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얼마나 늘어나고 있을까요?

지난달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70조 원으로, 한 달 만에 무려 9조 원이 늘어났습니다. 이건 역대 최대 증가폭이에요. 대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대출을 서둘러 받으려 한 결과로 보입니다. 신용대출도 마찬가지로 증가했는데, 8월에만 9천억 원이 늘어났어요. 원래 신용대출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주담대가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신용대출로 눈을 돌린 겁니다.

8월 신용대출 증가에는 또 다른 요인이 있었습니다. 8월 첫 주에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저가 매수를 하려는 사람들이 신용대출을 크게 늘렸다는 거죠. 그래서 이 증가가 꼭 주택 구입을 위한 실수요자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은행들의 대출 제한과 그에 따른 혼란

은행들은 정부의 압박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지만, 이로 인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11월 입주를 앞둔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단지에서는 은행마다 대출 기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만이 폭주했어요. 어떤 은행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고, 다른 은행은 안 된다고 하니 실수요자들이 혼란스러워진 거죠.

이러한 불만이 커지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대출 실수요자 간담회를 열어 "대출 실수요를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발언했어요. 하지만 이 발언이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신호로 오해받으면서, 정부는 급히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나서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다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대출 규제와 정부의 고민

사실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 어려운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이해할 만해요.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문제가 커졌고, 외곽 지역의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가 자금난에 빠진 상황이 많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동산 경기를 다시 살리거나, 그게 안 되면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죠.

결국 대출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위험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 또 경제가 어려워지니 어느 한쪽을 강하게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대출을 늘리면서도 동시에 규제하려는 모순된 입장에 놓여 있는 거죠.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과 정부의 압박

다음 달에는 한국은행도 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어요. 만약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려면,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것이 전제 조건일 겁니다. 최근 성태윤 정책실장이 한 방송에서 "금리 인하가 맞아 보인다"는 발언을 한 것도 금리 인하의 신호일 수 있는데, 지난달 금리가 동결되었을 때도 대통령실에서 아쉬움을 표했을 정도로 정부는 금리 인하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죠.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고금리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한국은행도 쉽게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앞으로도 이 문제는 계속 복잡한 셈법이 따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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