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개선과 해외 사례
정부의 발표와 혼란
정부는 최근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수습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공동으로 발표한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에는 고령 운전자의 자격을 관리하고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 검토가 포함되었습니다.
정부는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보행자 등의 교통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경우에 한해 고령자 운전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발표 직후,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이 운전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하느냐", "택시나 화물차 종사자 대부분이 고령 운전자인데 생계 대책이나 운전기사 부족 사태에 대한 대안은 있느냐"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반발과 해명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반발이 커지자 경찰청은 "조건부 운전면허는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며, 의료적·객관적으로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한 뒤, 나이와 상관없이 신체·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외국의 사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 재심사를 받아야 하며, 일리노이주는 75세 이상 운전자는 4년마다, 81세에서 86세 이상은 2년마다, 87세 이상은 매년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70세 이상이 고령자 강습을 수강하고, 75세 이상은 인지기능검사와 운전기능검사를 받아야 하며, 2022년에는 비상제동장치가 탑재된 차량만 운전할 수 있는 한정면허도 신설되었습니다.
호주에서는 75세 이상 운전자가 매년 의료 평가와 운전실기 평가를 받아야 하며, 뉴질랜드는 75세 이상이 2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하고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가 필요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들 국가가 고령자의 운전면허를 제한하면서도 의학적 판단과 실질적인 운전능력 평가를 통해 고령자의 이동성과 교통안전의 균형을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의 증가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에서 20%를 차지했습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경찰청과 지자체는 고령자들의 운전면허증 반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교통카드 지원 등 소액의 보상과 반납 과정의 번거로움 때문에 반납률은 높지 않습니다.
개선의 필요성
의학적으로 나이가 들면 신체와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보편적인 상식입니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에 운전을 무조건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운전이 꼭 필요한 경우와 필요 없는 경우를 구분하고, 그 진단과 평가도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의 적성검사 평가 방식으로는 의료적 진단과 실제 주행 능력 평가가 쉽지 않아 운전면허시험장의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경찰청의 계획
경찰청은 "올해 말까지 고위험 운전자의 운전능력 평가 방법 및 조건 부여 등에 관한 기술개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며, 내년부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세부 검토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