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KC 인증 철회와 민영화
직구 금지, 3일 간 무슨 일이 일어났나?
첫째 날: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80개 품목에 대한 직구 금지 발표
지난 16일, 정부는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80개 품목에 대해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으면 해외 직구를 원천적으로 금지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뜨거운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둘째 날: 소비자 반발과 정부의 해명
소비자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더 거셌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직구 금지 조치를 두고 “지금 당장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셋째 날: 정부의 공식 사과와 입장 변화
19일,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과하면서 80개 위해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정부에서는 이러한 대안조차 검토해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정부의 발표와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직구 금지를 왜 하려 했나?
이번 ‘금지 조처’는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난 3월,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등 14개 기관이 함께한 ‘해외 직구 종합 대책 TF’가 구성되어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소비자 보호와 국내 기업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소비자 보호
관세청은 지난달 30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에서 구매한 초저가 어린이제품 38종에서 카드뮴 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어 보름 뒤, ‘해외직구 KC마크 없으면 원천금지’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국내 기업 보호
해외직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해외직구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기업들이 생기면서,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가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왜 반대하나?
가격과 접근성
해외직구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물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값싸고 다양한 제품을 해외직구를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조치는 소비자들의 이러한 혜택을 박탈하는 것으로 비춰졌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
유아용품을 국외 직구로 사는 부모들의 반발이 거셌고, 컴퓨터·전자기기 커뮤니티에서도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해외 플랫폼에서 1만원 정도 하는 부품을 국내에서 4만원은 주고 사게 됐다”, “소비자들이 직구를 찾는 근본 원인은 값이 싸기 때문인데 국내 유통 구조는 바꾸지 않고 규제만 한다” 등 다양한 성토 글이 올라왔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나?
1) 국민을 애 취급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거나 계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군사정부 시절부터 이어져온 전통입니다. 국민들이 뭘 잘 모르니, 똑똑한 정부가 판단해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2) 관료사회가 늙었기 때문이다.
관료 사회는 사고가 늙었고, 사회 변화에 둔감합니다. 경쟁자가 없는 독점기업처럼 외부의 정책소비자보다 내부의 결정권자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이렇게 반발이 거셀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3) 처음부터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TF를 구성할 때부터 ‘중국산 플랫폼 해외직구 제재’라는 방향이 정해져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4개 기관이 밀도 있는 논의를 했을 리 없습니다. 이번 사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자주 발생한 일관성 없는 정책 발표와 철회 사례 중 하나입니다.
4)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이다.
내부 이견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방향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견은 묵살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통해 '망신'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5) 제일 쉬운 게 ‘규제’이기 때문이다.
해외직구를 규제하기에 앞서, 소비자들이 왜 해외직구를 많이 하는지 구조적 원인을 살펴봐야 했습니다. 유통 구조나 제품의 경쟁력을 개선하지 않고 규제만 하는 것은 너무 쉬운 해결책입니다.
6) ‘기업 보호’가 ‘소비자 마음’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해외직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소비자 불편보다 우선이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7) ‘중국 견제’가 앞섰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미국 회사였다면 같은 조치를 내렸을지 의문입니다.
8) ‘국민 오해’와 언론 탓을 잊지 않는다.
정부는 발빠른 입장 변화를 보이며 사과했지만, ‘국민 오해’와 언론을 탓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발표나 보도 내용을 국민들이 잘못 이해했다면, 이는 발표나 보도 내용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9) kc인증 민영화
2023년 12월 부터 비영리기관이 아닌 민간 영리 기관도 일정 기준이 충족되면 kc마크를 발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당 내부 비판
소비자 반발이 거세지자 정치권도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해외직구는 연간 6조7000억 원을 넘을 정도로 국민이 애용하고 있으며, 본인도 가끔 해외직구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KC 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나경원 당선인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윤희숙 전 의원
‘차이나 침공’을 ‘KC인증’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하며, 국내 제품과 유통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