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USD(OUSD)란? 테더·서클 흔드는 연합 스테이블코인과 수익구조 변화
비자·마스터카드·스트라이프까지 뭉쳤다
새 달러 스테이블코인 OUSD가 테더와 서클을 흔드는 이유
140곳이 넘는 금융·결제·가상자산 기업이 참여한 새 달러 스테이블코인 연합이 등장했습니다.
핵심은 코인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발행사가 독점하던 준비자산 이자 수익을 참여 기업과 나누겠다는 데 있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지금까지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가 사실상 양강 구도를 만들어 왔습니다. 두 코인 모두 기본 원리는 단순합니다. 이용자가 달러를 맡기면 발행사는 그에 상응하는 토큰을 발행하고, 받은 달러는 현금과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운용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새 연합이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오픈 스탠더드(Open Standard), 발행 예정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오픈 USD(Open USD·OUSD)입니다.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코인베이스, 블랙록, BNY, 신한금융그룹, 두나무 등 140곳이 넘는 기업이 참여한다고 공개됐습니다.
다만 정확히 짚을 부분이 있습니다. OUSD는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는 코인이 아니라, 2026년 6월 말 출범 계획이 발표됐고 실제 서비스 개시는 올해 안으로 예정된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테더와 서클을 완전히 대체할 코인이 나왔다”기보다, 기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수익 구조와 유통 주도권에 도전장을 낸 대형 연합이 등장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OUSD는 무엇이고, 왜 갑자기 주목받았나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달러처럼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한 디지털 토큰입니다. 보통 1코인당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디지털 달러”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사용처는 가상자산 거래입니다. 투자자가 달러를 은행 계좌로 계속 넣고 빼지 않아도 거래소 안에서 달러 가치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해외송금, 기업 간 정산, 전자상거래 결제, 급여 지급, 재무관리까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픈 스탠더드는 바로 이 지점을 노립니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거래소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OUSD는 카드사·결제회사·은행·핀테크·전자상거래 기업이 함께 참여해 기업용 지급결제 인프라로 확장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테더와 서클이 “우리가 만든 달러 코인을 써 달라”고 제안해 온 구조였다면, OUSD는 결제회사·은행·거래소·지갑 사업자가 함께 “우리 모두가 쓰고 운영 이익도 나누는 달러 결제망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진짜 핵심은 코인이 아니라 준비자산 이자 수익이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핵심 수익원은 이용자에게 받는 거래 수수료만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돈은 이용자가 맡긴 달러, 즉 준비자산에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USDC 100달러를 사면, 서클은 그 100달러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보유해야 합니다. 이 준비자산은 현금과 단기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되는데, 미국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여기서 상당한 이자 수익이 발생합니다.
서클의 실적을 보면 이 구조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USDC 유통량이 늘어나면 준비자산 규모가 커지고,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도 커집니다. 즉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단순히 코인을 많이 발행하는 회사가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달러성 자금을 운용하면서 이자 수익을 얻는 사업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OUSD는 이 수익을 발행사가 대부분 가져가는 기존 구조를 바꾸겠다고 합니다. 운영비를 위한 관리 수수료를 제외한 준비자산 수익을 참여 기업들에게 배분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존 모델에서는 발행사가 준비자산 이자 수익의 중심을 가져가고, 거래소나 유통 파트너와 일부를 나누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OUSD는 처음부터 참여 기업이 준비자산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내세웠습니다. 카드사, 결제대행사, 전자지갑, 거래소 입장에서는 같은 달러 결제 수요를 만들더라도 다른 회사의 수익만 키우는 대신 직접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발행과 상환 수수료를 없애고 물량 제한도 두지 않겠다는 방침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형 결제회사나 글로벌 유통기업은 수십억 달러 단위로 자금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수수료 차이도 누적되면 큰 비용이 됩니다.
결국 OUSD는 “더 싸게 쓰게 해주겠다”는 제안이면서 동시에, “당신이 이 코인을 유통시키면 그 이익도 함께 가져가라”는 제안입니다. 이 구조가 시장에서 강하게 받아들여진 이유입니다.
서클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OUSD 발표 직후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상장사인 서클이었습니다. 발표 당일 서클 주가는 장중과 종가 기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일부 보도에서는 하루 낙폭이 17% 안팎까지 확대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OUSD가 당장 USDC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아직 실제 발행과 결제망 확장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오히려 서클의 장기 수익 모델이 약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먼저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클의 핵심 경쟁력은 USDC의 신뢰도와 규제 친화성, 글로벌 유통망, 그리고 준비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입니다. 그런데 비자·마스터카드·스트라이프·코인베이스·블랙록처럼 막강한 유통 접점을 가진 기업들이 “새로운 달러 코인을 함께 밀겠다”고 나서면, 기존 USDC 생태계에 참여하던 기업들이 일부라도 OUSD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서클 입장에서는 단순히 코인 사용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닙니다. USDC 발행량이 줄거나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 준비자산 규모가 작아지고, 그에 따라 미국 국채와 현금성 자산에서 얻는 이자 수익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OUSD의 위협은 “새 코인이 하나 더 생긴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테더와 서클이 가져가던 준비자산 이자 수익을, 카드사·결제회사·거래소·은행 등 유통 참여자들이 직접 나눠 갖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변화입니다.
그렇다면 테더도 바로 흔들릴까
테더의 USDT는 현재 가장 큰 달러 스테이블코인입니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와 해외 거래 환경에서 압도적인 유동성과 사용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OUSD가 등장했다고 해서 테더의 지위가 단기간에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테더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서클처럼 주가가 즉시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같은 질문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왜 결제회사와 유통 파트너들은 준비자산 수익을 발행사에만 넘겨야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특히 기업 결제와 국제송금, 카드 정산, 온라인 상거래처럼 규제와 신뢰가 중요한 시장에서는 단순 유동성보다 제도권 금융사와 결제망을 얼마나 넓게 확보했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OUSD는 바로 그 영역을 먼저 겨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테더에는 강점도 분명합니다. 이미 매우 큰 유통량과 거래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익숙하게 사용하는 달러성 자산이라는 점은 쉽게 무너지는 진입장벽이 아닙니다.
신용카드와 뭐가 다를까
한국처럼 신용카드와 간편결제가 잘 발달한 시장에서는 “결국 카드 결제와 뭐가 다르냐”는 의문이 자연스럽습니다. 소비자가 카드를 긁고, 가맹점이 돈을 받고, 카드사가 정산해주는 구조만 보면 당장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노리는 지점은 소비자 앞단의 카드 사용 경험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카드 결제 뒤에서 이뤄지는 정산, 국가 간 송금, 기업 간 자금 이동, 가맹점 대금 지급 같은 뒷단의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 결제는 카드사·은행·현지 결제망·환전 과정이 여러 단계로 연결됩니다. 이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 중개 비용, 정산 지연, 국가별 영업일 차이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일부 거래는 24시간 단위로 더 빠르게 정산할 수 있고, 중간 단계가 줄어들 경우 비용을 낮출 여지도 생깁니다.
소비자는 평소처럼 카드나 간편결제를 쓸 수도 있습니다.
차이는 그 뒤에서 카드사·은행·가맹점·결제대행사가 서로 돈을 정산하는 방식에 생길 수 있습니다. OUSD는 소비자용 앱 하나를 만드는 프로젝트라기보다, 돈이 움직이는 뒷단의 배관을 새로 깔겠다는 구상에 더 가깝습니다.
삼성전자·신한금융·두나무 등 한국 기업이 참여한 이유
공개된 참여사 명단에는 신한금융그룹, 두나무, 케이뱅크,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BC카드, NH농협카드 등 한국 금융·결제 기업들이 포함됐습니다. 삼성전자도 한국 참여 기업 가운데 하나로 거론됩니다.
카드사와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기존 카드 결제는 유지하더라도, 국가 간 정산과 기업 간 자금 이동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면 지급결제 비용 구조를 개선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두나무 같은 가상자산 기업에는 거래소와 지갑, 원화·달러 기반 디지털 자산 서비스의 접점을 넓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은행과 카드사에는 기업 고객 대상 외환·송금·정산 서비스를 새롭게 설계할 여지가 생깁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지갑, 글로벌 소비자 접점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참여 사실만으로 곧바로 삼성월렛에서 OUSD 결제가 시작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서비스 도입 여부는 각국 규제, 라이선스, 소비자 보호, 회계·세무 처리, 파트너십 구조를 모두 통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의 참여는 단순히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드는 의미보다, 글로벌 달러 결제·정산 인프라가 바뀌는 과정에서 초기 설계와 유통망에 들어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수익은 참여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보다, 해외송금·기업 정산·지갑·결제 서비스에서 구체적인 사용처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OUSD가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장벽도 많다
이름값 있는 기업이 140곳 이상 모였다고 해서 스테이블코인이 자동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네트워크 효과가 매우 강한 시장입니다. 이미 많은 거래소와 지갑, 결제 서비스, 기업 재무 시스템이 USDT와 USDC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새 코인이 자리를 잡으려면 충분한 유동성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OUSD를 받고 싶어도, 필요한 순간에 다른 통화나 은행 예금으로 빠르게 바꿀 수 없다면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거래소 상장, 지갑 지원, 환전 경로, 수탁 서비스, 회계 처리, 자금세탁방지 체계가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참여 기업 간 이해관계도 변수입니다. 준비자산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누가 얼마나 많은 의결권을 가질지, 특정 대형 기업이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을지, 국가별 규제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등을 조율해야 합니다.
이미 비슷한 수익 공유형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가 시장에 존재하지만, 대형 기존 코인의 점유율을 단기간에 흔들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OUSD의 승부는 발표에 참여한 회사 수가 아니라, 실제 기업 결제와 국제송금, 가맹점 정산에서 어느 정도 거래량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첫째, OUSD의 실제 출시 시점과 준비자산 구성입니다.
둘째, 수익 배분 기준과 거버넌스 구조가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되는지입니다.
셋째, 비자·마스터카드·스트라이프·코인베이스 등 참여 기업이 실제 서비스에 OUSD를 어디까지 연결하는지입니다.
넷째, 미국·유럽·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규제 체계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발행·유통되는지입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전쟁은 발행 경쟁이 아니라 유통 경쟁이다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누가 더 신뢰도 높은 달러 코인을 발행하느냐”의 경쟁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OUSD의 등장은 앞으로 경쟁의 중심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누가 코인을 찍어내느냐만이 아닙니다. 누가 거래소를 가지고 있는지, 누가 카드 결제망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가맹점과 지갑을 확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누구에게 배분하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테더와 서클은 먼저 시장을 만들었고, 특히 테더는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OUSD는 제도권 금융과 결제회사가 본격적으로 “우리도 이 시장의 수익과 규칙을 직접 설계하겠다”고 선언한 사례입니다.
결국 이번 발표는 테더와 서클의 즉각적인 몰락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가상자산 업계만의 상품이 아니라, 카드·은행·핀테크·전자상거래·스마트폰 플랫폼이 함께 경쟁하는 글로벌 지급결제 인프라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 오늘의 경제 한 줄 정리
OUSD의 핵심은 새 달러 코인 하나가 아니라, 그동안 발행사가 가져가던 준비자산 이자 수익을 카드사·은행·거래소·결제회사와 나누겠다는 구조 변화입니다.
서클 주가가 크게 흔들린 이유도 OUSD가 당장 USDC를 대체해서가 아니라, USDC의 장기 수익성과 유통 파트너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에는 글로벌 결제 인프라 변화에 참여할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실제 성과는 참여 명단이 아니라 해외송금·기업 정산·지갑·결제 서비스에서 얼마나 실사용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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