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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참다랑어 급증, 잡아도 못 파는 이유와 수온 상승의 경고

📰 경제뉴스 심층 탐구

동해안에 참다랑어가 쏟아지는데
어민들은 왜 잡아도 팔지 못할까

동해안 참다랑어 급증은 단순한 풍어 소식이 아니라, 따뜻해진 바다와 어획 쿼터 제도가 충돌한 사건입니다.

바다의 물고기 지도가 바뀌는 가운데, 늘어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할지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동해 수온 상승으로 참다랑어가 급증하지만, 쿼터가 소진돼 어민이 잡은 물량을 판매하지 못하고 방류·폐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미지.

강원 동해안에서 참다랑어가 이례적으로 많이 잡히고 있습니다. 참다랑어는 우리가 흔히 고급 참치회나 초밥으로 접하는 대표적인 고가 어종입니다. 크기와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는 크지만, 어민들 사이에서 “바다의 로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값어치가 높은 생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동해안의 분위기는 단순한 풍어와는 조금 다릅니다. 참다랑어가 너무 많이 들어오면서 어민들이 오히려 곤란을 겪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잡히는 양은 크게 늘었지만, 국제적으로 정해진 어획 한도를 넘긴 물량은 팔 수 없고, 정치망 그물에 들어온 참다랑어를 선택적으로 피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비싼 생선이 많이 잡혀서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쿼터와 혼획, 방류, 폐사 문제까지 한꺼번에 터진 것입니다. 이 사건은 동해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기후 변화의 신호이면서 동시에, 바뀐 바다 환경에 기존 수산 행정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느냐를 묻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동해안 참다랑어는 얼마나 늘었나

강원도 참다랑어 어획량은 몇 년 전과 비교하면 급격히 늘었습니다. 강원도 자료 기준으로 2020년 31톤 수준이던 어획량은 2022년 102톤으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143톤까지 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6월인데도 누적 어획량이 약 438톤에 이르렀습니다.

단순 비교만 해도 올해 상반기 수준의 어획량이 2020년 연간 물량의 14배를 넘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해안에서 대형 참다랑어가 잡히면 이례적인 소식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강릉·양양·속초·고성 등 동해안 전반에서 출몰과 혼획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6월 초 강릉 주문진 앞바다에서는 정치망 어선 두 척이 하루에 대형 참다랑어 약 170마리를 잡아 올린 사례도 나왔습니다. 길이 1.5~2m, 무게 100kg을 넘는 성어급 개체들이 한꺼번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해 바다의 변화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 숫자가 말해주는 변화

2020년 강원도 참다랑어 어획량은 31톤이었습니다. 올해는 아직 6월인데도 약 438톤이 잡혔습니다. 단순한 한 해의 풍어라기보다, 참다랑어가 동해안에 머무는 기간과 분포 자체가 달라지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변화입니다.

가장 큰 배경은 동해의 수온 상승이다

참다랑어가 동해안에서 늘어난 가장 큰 배경으로는 해수온 상승이 꼽힙니다. 참다랑어는 따뜻한 물을 따라 이동하는 난류성 회유 어종입니다.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 원래 남쪽 해역에 머물던 어종이 더 북쪽으로 이동할 수 있고, 먹이가 되는 작은 어류와 플랑크톤 분포도 함께 변할 수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7년 동안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1.58도 상승했습니다. 특히 동해의 상승 폭은 약 2.04도로, 서해와 남해보다 더 컸습니다.

2도 안팎의 변화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바다 생태계에서는 매우 큰 차이입니다. 물고기는 인간처럼 옷을 더 입거나 에어컨을 켤 수 없습니다. 각 어종은 생존과 산란, 먹이 활동에 적합한 수온 범위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평균 수온이 장기간 변하면 어장 자체가 이동할 수 있습니다.

💡 쉽게 이해하면

바다의 수온이 오르면 물고기 한 종만 이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 중간 포식자, 대형 포식자가 연결된 먹이사슬 전체가 조금씩 자리를 옮길 수 있습니다. 참다랑어가 동해안에서 늘어난 것은 “동해가 따뜻해졌다”는 사실이 실제 어장에서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3월 강원 북부 해역에서 어린 참다랑어가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동해안에서는 2021년 울릉도·독도 인근 해역에서 참다랑어 알과 자치어가 처음 확인된 뒤 출현량이 계속 늘어나는 흐름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남쪽에서 올라온 성어가 잠시 지나가는 수준을 넘어, 참다랑어가 동해 해역을 더 자주 이용하거나 일부 시기에는 성장과 이동 경로에 포함시키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다만 이것이 곧 동해가 참다랑어의 안정적인 주 산란장으로 바뀌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장기적인 조사와 자원 분석이 더 필요합니다.

많이 잡혀도 마음대로 팔 수 없는 이유

참다랑어는 값이 비싸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 잡아 팔 수 있는 어종이 아닙니다. 과거 무분별한 어획으로 자원이 크게 줄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엄격한 어획 한도 관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는 회원국별 참다랑어 어획 한도를 정하고, 우리나라는 이 범위 안에서 연근해 업종과 지역별로 물량을 배분합니다. 한국은 2025~2026년 참다랑어 어획 한도로 1,219톤을 확보했지만, 이것은 국가 전체 기준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지역별 배정량과 업종별 배정량 안에서 조업해야 합니다.

강원도는 올해 처음에 약 92톤의 참다랑어 쿼터를 배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어획량이 늘면서 두 차례 추가 배정을 받았고, 최종 한도는 약 449톤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럼에도 물량은 빠르게 소진됐고, 결국 6월 11일부터 강원 지역에는 참다랑어 포획 정지와 위판 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 핵심은 “풍어”와 “판매 가능 물량”이 다르다는 점

바다에 참다랑어가 많아졌다고 해서 어민의 수입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 쿼터와 지역 배정량을 넘긴 물량은 위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물고기 자원은 늘었는데 이를 합법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는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정치망 어업에서는 “참다랑어만 안 잡기”가 어렵다

현장에서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이유는 동해안 참다랑어가 주로 정치망 어업에서 잡히기 때문입니다. 정치망은 바다에 큰 그물을 설치해 이동하던 물고기가 그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그물 안으로 들어온 뒤에는 참다랑어만 골라서 피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참다랑어가 쿼터를 넘겼다고 해서 어민이 그물에 들어온 개체를 마음대로 판매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형 참다랑어만 미리 골라서 잡지 않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결국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방류하거나, 이미 폐사한 개체는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문제는 참다랑어가 매우 빠르게 헤엄치는 어종이라는 점입니다. 그물 안에 오래 머물며 몸부림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고, 방류 과정에서도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속초해수욕장과 외옹치해수욕장에서는 참다랑어 사체 5마리가 떠밀려와 지자체가 수거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국은 이 사체들이 방류 뒤 폐사했거나 그물에 걸린 뒤 죽은 상태로 해류를 따라 해안으로 떠밀려왔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개체별 원인은 확인이 필요하지만, 쿼터 소진 이후 정치망 혼획과 방류가 늘어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왜 어민도 답답한가

어민 입장에서는 참다랑어를 일부러 과도하게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망에 들어온 물고기를 피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쿼터를 넘긴 물량은 판매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제도는 자원 보호에는 필요하지만, 갑자기 바뀐 어장 환경에 맞는 현장 대응 장치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참다랑어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동해안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참다랑어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동해에서는 황새치와 청새치 같은 난류성 회유 어종의 출현 사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삼척 앞바다에서는 길이 약 3m의 황새치가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어종의 출현은 바다의 먹이사슬과 이동 경로가 함께 달라지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따뜻한 물을 선호하는 작은 물고기가 늘어나면 이를 먹는 대형 어류가 따라오고, 다시 그 대형 어류를 먹이로 삼는 상어류의 활동 범위도 바뀔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참다랑어가 늘었으니 해수욕장에 상어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식의 단정은 과합니다. 대형 상어류는 주로 수심이 깊은 바다와 먹이 이동 경로를 따라 움직이며, 특정 어종이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연안 출현이 급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동해 생태계의 구성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존 어종의 어획량이 줄거나 이동 시기가 바뀌는 반면, 과거에는 드물던 난류성 어종이 더 자주 관찰되는 흐름이 나타난다면, 어업·관광·해양 안전 관리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 바다가 바뀐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바다의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생선이 잡힌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존 어종의 산란 시기와 어장 위치, 어민의 조업 방식, 수산물 가격, 해수욕장 안전관리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참다랑어는 그 변화가 눈에 보이는 가장 비싼 신호일 뿐입니다.

어민에게는 기회이지만, 기존 어종에는 위협일 수 있다

참다랑어가 늘어나는 현상은 일부 어민에게 새로운 수익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고급 어종의 안정적인 어획과 유통 체계가 갖춰진다면, 동해안 수산업에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품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어민에게 좋은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동해안에서 오랫동안 주요 소득원이었던 오징어, 명태, 도루묵 등 기존 어종은 수온과 먹이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할 수 있습니다. 새 어종이 들어온다는 것은 기존 어종의 서식 환경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특히 참다랑어처럼 큰 포식성 어종이 늘어나면 작은 어류와 두족류의 먹이 경쟁, 포식 압력, 어장 이동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참다랑어 어획량 증가를 곧바로 “동해안 수산업의 호황”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어종별 수익 변화와 생태계 영향을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핵심은 한 어종의 어획량이 아니라, 동해 바다 전체가 어떤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지입니다. 기존 어종이 사라지고 새 어종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누가 수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보는지까지 살펴야 실제 산업 변화가 보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쿼터 완화가 아니라 더 정교한 관리다

참다랑어가 많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해서 무조건 쿼터를 크게 풀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기는 어렵습니다. 참다랑어는 국제적으로 자원 회복을 위해 엄격한 관리가 이뤄져 온 어종입니다. 단기적인 풍어만 보고 어획 한도를 급격히 완화하면 장기적으로 자원 관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처럼 특정 지역에서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혼획이 발생했을 때는 현장에 맞는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별 쿼터 조정의 속도를 높이거나, 정치망 혼획에 대한 별도 관리 기준을 만들고, 생존 가능성이 낮은 개체의 처리 기준과 유통 가능 범위를 더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참다랑어가 언제, 어느 해역에서, 어떤 크기로, 어떤 어구에 얼마나 잡히는지 꾸준히 기록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현상이 일시적인 고수온 영향인지, 동해안 어장 구조 자체의 장기 변화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수산 자원 관리도 이제 과거 평균만 보고 설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기후 변화로 어종의 이동 경로가 달라지는 시대에는, 쿼터 제도와 현장 조업 관리가 더 빠르고 정교하게 연결돼야 합니다.

🧠 앞으로 봐야 할 세 가지

첫째, 동해 수온 상승이 일시적 현상인지 장기 추세인지입니다.
둘째, 참다랑어가 단순히 지나가는 어종인지 동해안 어장에 더 오래 머무는 어종으로 바뀌는지입니다.
셋째, 기존 어종 감소와 새 어종 증가가 동해안 어민의 실제 소득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입니다.

한눈에 정리하면

동해안 참다랑어 급증은 “참치가 많이 잡혔다”는 단순한 수산 뉴스가 아닙니다. 해수온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의 이동 경로가 바뀌고, 그 변화가 어획량과 쿼터, 혼획, 방류, 지역 어민 소득 문제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참다랑어는 값비싼 어종이지만, 국제 쿼터 관리 때문에 많이 잡힌다고 모두 팔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정치망 어업에서는 참다랑어만 피해서 잡지 않기 어려워, 쿼터 소진 이후에는 어민과 행정 모두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동해안에서는 참다랑어뿐 아니라 황새치, 청새치, 상어류 등 다양한 난류성 어종의 출현과 이동 변화를 더 자주 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어종의 등장 자체보다, 바뀐 바다에 맞춰 수산업과 자원 관리 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조정할 수 있느냐입니다.

📌 오늘의 경제 한 줄 정리

동해안 참다랑어 급증은 풍어 소식이면서 동시에, 해수온 상승으로 바다의 어장 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참다랑어는 국제 쿼터로 관리되는 어종이어서, 많이 잡혀도 한도를 넘긴 물량은 자유롭게 판매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참다랑어를 얼마나 잡느냐보다, 바뀐 해양 환경에 맞춰 어업·유통·자원 관리 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바꾸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