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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필수약 부족 사태, 왜 병원에서 꼭 필요한 약이 사라지나

📰 경제뉴스 심층 탐구

소아 필수약은 왜 병원에서 사라지나
약가 782원이 만든 공급망 경고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응급 주사제가 있어도, 병원에서 쓰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재고 부족이 아니라, 낮은 약가와 생산비 상승이 만든 필수의약품 공급 구조의 균열입니다.

소아 응급 진료에 필요한 필수 주사제를 의사가 확인하고, 낮은 약가와 생산비 상승이 공급 중단과 정책 대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가로형 이미지

의료 현장에서 심상치 않은 경고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린이 응급 진료에 필요한 일부 필수의약품이 부족해지면서, 병원들이 필요한 순간에 약을 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약은 아티반주코티소루주입니다. 아티반주는 성분명이 로라제팜인 주사제로, 소아 경련이나 응급 진정 상황에서 중요하게 쓰입니다. 코티소루주는 성분명이 히드로코르티손숙시네이트나트륨인 스테로이드 계열 주사제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혈압 유지와 쇼크 대응에 사용됩니다.

문제는 이 약들이 흔한 감기약처럼 대량으로 팔리는 약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용량은 제한적입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약이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많이 팔리지 않고 이익도 거의 남지 않는 품목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단순히 “어떤 회사가 약을 덜 만들었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필수의약품을 시장 논리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건강보험 약가 통제와 공급 안정성을 어떻게 함께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입니다.

지금 문제가 된 약은 무엇인가

먼저 아티반주는 소아 경련 환자에게 중요한 응급 약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면 의료진은 빠르게 발작을 멈춰야 합니다. 경련이 길어질수록 뇌 손상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약은 단순한 일반 의약품이 아니라 응급실의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오랫동안 아티반주를 공급해온 일동제약이 생산 중단을 결정하면서 의료 현장의 불안이 커졌습니다. 정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삼진제약이 해당 품목을 이어받아 생산·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품목 양수, 변경허가, 실제 생산과 공급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코티소루주도 상황이 가볍지 않습니다. 이 약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혈압 조절과 쇼크 대응에 쓰일 수 있는 약입니다. 그런데 제조사가 2026년 7월부터 공급 중단을 예고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재고가 소진될 경우 치료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쉽게 이해하면

이 약들은 많이 팔려서 돈을 버는 상품이 아닙니다. 평소에는 사용량이 많지 않지만, 응급 상황에서는 없으면 안 되는 약입니다. 소방차가 매일 출동하지 않는다고 필요 없는 것이 아니듯, 필수의약품도 사용량만으로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왜 제약사는 이런 약을 만들기 어려워졌나

핵심은 채산성입니다. 제약사가 약을 계속 만들려면 원료비, 인건비, 품질관리 비용, 설비 유지비, 물류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특히 주사제는 알약보다 생산 관리가 까다롭습니다. 무균 제조 환경을 유지해야 하고, 품질 기준도 엄격합니다.

그런데 필수의약품 상당수는 건강보험 약가가 낮게 묶여 있습니다.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약값을 일정 수준 이상 받지 못하게 관리합니다. 이 제도 자체는 필요합니다. 약값을 완전히 시장에 맡기면 환자 부담과 건강보험 지출이 급격히 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약가가 너무 낮게 고정된 상태에서 원가가 계속 올라갈 때입니다. 원료 가격, 전기료, 인건비, 품질관리 비용, 물류비는 오르는데 판매 가격은 그대로라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만들수록 손해가 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의료계 보도에 따르면 아티반주의 약가는 2mg 앰플 기준 약 782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코티소루주는 100mg 바이알 기준 상한가가 820원, 신생아 1회 투여량인 50mg 기준으로 보면 약 410원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병원과 환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싼 약이 왜 부족하냐”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바로 그 낮은 가격이 문제입니다. 특히 생산량이 적은 약은 대량생산 효과도 작습니다. 공장을 24시간 계속 돌리는 품목이 아니라, 일정 재고가 떨어지면 생산 라인을 잠깐 돌려 채워 넣는 구조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 중요한 포인트

필수의약품 부족은 단순히 “제약사가 이기적이다”로만 볼 수 없습니다. 낮은 약가, 적은 수요, 까다로운 품질관리, 설비 투자 부담이 한꺼번에 겹치면 상장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품목을 계속 생산할 유인이 약해집니다.

저출산도 필수약 공급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번 문제에서 놓치면 안 되는 변수는 저출산입니다. 소아용 의약품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많을수록 시장이 커집니다. 그런데 출생아 수가 줄어들면 소아용 의약품의 전체 수요도 줄어듭니다.

수요가 줄어들면 제약사는 생산 라인을 유지하기 더 어려워집니다. 약을 한 번 생산하려면 원료를 조달하고, 설비를 점검하고, 품질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팔리는 양이 적으면 고정비를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필수의약품의 역설이 생깁니다. 아이 수가 줄어들수록 소아 의료 인프라는 더 취약해지는데, 동시에 소아 필수약 시장도 작아집니다. 시장이 작아질수록 제약사는 생산을 꺼리고, 생산자가 줄어들수록 병원은 재고 불안을 겪습니다.

결국 저출산은 단지 학교와 어린이집 문제만이 아닙니다. 소아청소년과 병원 운영, 응급실 대응, 소아용 의약품 공급망까지 흔드는 구조적 변수입니다.

🧠 논란의 핵심

필수약은 시장 규모가 작아도 반드시 유지돼야 합니다. 하지만 민간 제약사는 수익성을 무시하고 계속 생산하기 어렵습니다. 이 충돌이 바로 이번 사태의 핵심입니다.

정부 대책은 왜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가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티반주의 경우 삼진제약이 기존 공급사인 일동제약으로부터 품목을 이어받아 생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변경허가 절차를 신속히 검토해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정부는 채산성이 낮아 시장에서 퇴출될 우려가 있는 의약품을 지원하기 위해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 치료에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제약사가 생산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는 약을 관리·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최근에는 퇴장방지의약품의 지정 기준선을 약 10% 상향하고, 국가필수의약품을 우선 지정 대상으로 검토하는 등 제도 개선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낮은 약가 때문에 생산을 포기하는 품목이 늘어난다면, 일정 부분 원가를 보전하거나 약가를 현실화해야 합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가 보전을 받으려면 제약사가 회계 자료와 원가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정부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그럴 바에는 생산을 접겠다”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대체 생산을 맡을 회사도 결국 같은 구조 안에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일동제약이 어렵다고 판단한 품목을 삼진제약이 이어받는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약가와 원가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 핵심 차이

단기 대책은 “이번 재고 공백을 어떻게 넘길 것인가”입니다. 장기 대책은 “다음에도 같은 약이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게 어떤 가격·보상 구조를 만들 것인가”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소방수와 장기 공급망 설계를 동시에 하는 것입니다.

건강보험 재정과 필수약 공급은 왜 충돌하나

이 문제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과 연결됩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을 통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있습니다. 약가 상한제도 그 목적의 일부입니다. 약값을 제한하면 환자와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약에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많이 팔리는 약은 낮은 마진이라도 판매량으로 버틸 수 있습니다. 반면 사용량이 적은 필수약은 낮은 약가를 판매량으로 보완하기 어렵습니다.

쉽게 말해 감기약과 소아 응급 주사제는 시장 구조가 다릅니다. 감기약은 수요가 크고 반복적입니다. 반면 소아 응급 주사제는 평소에는 잘 쓰이지 않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런 약은 일반 의약품처럼 단순히 가격을 낮게 묶어두는 방식만으로는 안정 공급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정책 딜레마가 생깁니다. 약가를 올리면 제약사의 생산 유인은 커지지만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늘 수 있습니다. 약가를 낮게 유지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아낄 수 있지만, 제약사가 생산을 포기해 환자가 약을 못 쓰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모든 약값을 무조건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대체가 어렵고, 응급·중증 진료에 필수적이며, 생산자가 제한된 품목을 따로 분류해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 쉽게 말하면

건강보험은 약값을 낮춰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필수약은 너무 싸게 묶어두면 아예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싼 약이 좋은 약이 되려면, 먼저 병원에 실제로 공급돼야 합니다.

공공 조달이나 위탁생산은 대안이 될 수 있나

의료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필수의약품을 일반 시장에만 맡기지 말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특정 필수약을 장기 구매 계약으로 보장하거나, 생산을 포기하려는 품목을 정부가 관리해 위탁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제약사는 최소 수요와 일정한 보상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을 유지할 유인이 생깁니다. 정부는 재고와 생산 일정을 더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병원은 갑작스러운 품절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결국 재정이 들어갑니다. 약가를 올리든, 원가를 보전하든, 위탁생산 비용을 지급하든, 어느 방식이든 돈은 필요합니다. 그 돈은 건강보험 재정이든 세금이든 국민 부담과 연결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보 비대칭입니다. 제약사가 정말 원가 때문에 생산을 못 하는 것인지, 아니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것인지 정부가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원가 검증, 재고 모니터링, 생산 설비 점검, 대체 가능성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따라서 공공 조달과 위탁생산은 만능 해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아 응급약처럼 대체가 어렵고 공급자가 제한된 품목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정책의 핵심

필수의약품 정책은 “싸게 사는 것”만 목표로 삼으면 안 됩니다. 진짜 목표는 필요한 순간에 약이 병원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약가 통제, 원가 검증, 장기 구매 계약, 위탁생산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자주 반복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더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건강보험 지출 압박은 커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출산으로 소아 의료 시장은 작아지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더 빡빡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는 약가를 함부로 올리기 어렵고, 제약사는 수익이 나지 않는 품목을 계속 만들기 어렵습니다. 병원은 필요한 약을 구하지 못해 진료 차질을 걱정하게 됩니다.

이 구조가 방치되면 필수의약품 부족은 특정 약 몇 개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공급망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항생제, 해열제, 주사제, 중환자실 약품, 산모·신생아 관련 약품 등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작동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산자가 하나뿐인 품목은 더 위험합니다. 한 회사가 생산을 멈추면 곧바로 전국 병원의 공급 불안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정부는 단순히 품절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어떤 약이 단일 공급자 구조인지, 재고가 몇 개월치인지, 대체 생산이 가능한 회사가 있는지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 시장이 보내는 신호

필수약 부족은 의료 문제가 맞지만, 동시에 산업 문제이기도 합니다. 원가가 오르고 수요가 줄고 가격이 묶이면 기업은 생산을 줄입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약 하나가 해결돼도 다른 약에서 같은 문제가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필수약 공급망의 재설계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약 부족 뉴스로만 보면 핵심을 놓칠 수 있습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국민에게 꼭 필요한 약을 시장 가격과 건강보험 통제 사이에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가.

가격을 무조건 올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낮게 묶어두자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구분입니다. 대체 가능한 일반 의약품과 대체가 어려운 응급 필수약은 정책적으로 다르게 다뤄야 합니다.

아티반주와 코티소루주 같은 약은 사용량이 많지 않아도 의료 체계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약은 시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방치하면 안 됩니다. 반대로 제약사가 요구한다고 무조건 가격을 올려주는 방식도 위험합니다. 원가 검증과 공급 의무, 재고 관리, 장기 계약을 함께 묶어야 합니다.

결국 필수의약품은 전기, 수도, 소방 같은 공공 인프라와 비슷한 성격을 갖습니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없을 때 사회 전체가 큰 비용을 치릅니다. 이번 소아 필수약 사태는 한국 의료 공급망이 그동안 낮은 가격과 민간 생산자의 선의에 기대어 버텨온 부분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아이들이 응급실에 왔을 때 약이 없어서 치료가 지연되는 일은 의료 체계가 반드시 피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러려면 필수약을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의료 안전망의 일부로 보고 관리해야 합니다.

📌 오늘의 경제 한 줄 정리

소아 필수약 부족 사태의 핵심은 재고 문제가 아니라, 낮은 약가와 높아진 생산비가 충돌한 공급망 문제입니다.

건강보험은 약값을 낮춰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하지만, 필수약은 너무 싸게 묶어두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대체가 어려운 필수의약품을 따로 분류해 약가, 원가 보전, 장기 구매 계약, 위탁생산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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